자본주의 이야기

독서

무소유- 법정 (굴비킴)

굴비킴 2024. 11. 12. 13:25

 

굴비킴 평점 5/5

오늘은 법정스님의 책 『무소유』에 대해 포스팅하려 합니다.

이번 휴가 7일 동안 읽기 위해 픽한 책으로, 아주 오래전에 읽은 책이었지만 그때의 여운이 남아 다시 한번 『무소유』를 읽게 되었습니다.

1976년 출간된 수필집 『무소유』는 법정 스님의 철학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으로, 맑은 가난이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159페이지의 짧은 수필집이지만, 법정 스님의 가르침과 울림은 참으로 무거웠습니다.
책을 아직 읽어보지 않으신 독자분이라면, 꼭 책을 사서 읽어보고 시간이 날 때마다 꺼내보면 좋겠습니다.

참으로 바쁜 현대 사회에서 정말 우리가 갖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한번 생각해보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책을 통째로 옮겨 놓고 싶은 마음이지만, 오늘 포스팅은 제가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그은 글귀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소유 - 법정

-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무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 바람직한 취미라면 나만이 즐기기보다 고결한 인품을 키우고 생의 의미를 깊게 하여,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오늘 나의 취미는 끝없는, 끝없는 인내다.

- 좋은 책이란 물론 거침없이 읽히는 책이다. 그러나 진짜 양서는 읽다가 자꾸 덮이는 책이어야 한다.

- 죽음, 내 차례는 언제 어디서일까 하고 생각하면 순간순간을 아무렇게나 허투루 살고 싶지 않다.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 주고 싶다.

-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 다른 의미이다.

- 아름다운 장미꽃에 하필이면 가시가 돋쳤을까 생각하면 속이 상한다. 하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시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어났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하고 싶어진다.

- 바닷가의 조약돌을 그토록 둥글고 예쁘게 만든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이다.

- 일생이 지겨운 사람들은 때로는 종점에서 자신의 생을 조명해 보는 일도 필요하다. 그것은 오로지 반복의 깊어짐을 위해서.

- 사형수에게 1분 1초가 생명 그 자체로 실감된다고 한다. 그에게는 내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에 살고 있으면서도 곧잘 다음날로 미루며 내일에 살려고 한다. 생명의 한 토막인 하루하루를 소홀히 낭비하면서도 뉘우침이 없다.

- 용서란 타인에게 베푸는 자비심이라기보다, 흐트러지려는 나를 나 자신이 거두어들이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 그를 생각할 때마다 사람은 오래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로 떠오른다.

- 남을 미워하면 저쪽이 미워지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미워진다.

- 말이 많으면 쓸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이 우리들의 경험이다.

- 역겨운 거름 냄새가 뿌리를 거쳐 줄기와 가지와 꽃망울에 이르면 달디단 5월의 향기로 변할 것이다.

- 살아남은 사람들끼리는 더욱 아끼고 보살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자기 차례를 맞이할지 모를 인생이 아닌가.

- 말씨는 곧 그 사람의 인품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또한 그 말씨에 의해서 인품을 닦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주고받는 말은 우리들의 인격 형성에 꽤 큰 몫을 차지한다. 꽃가지를 스쳐오는 바람결처럼 향기롭고 아름다운 말만 써도 다 못하고 죽을 우리인데…

- 아름답고 추한 것은 나 아닌 누가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게 아니라, 내 스스로의 행위에 의해 그러한 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 네가 있음으로 해서 네 이웃이 환해지고 향기로워질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 인간의 말은 어디에서 나와야 할까? 그것은 마땅히 침묵에서 나와야 한다. 침묵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 말은 소음과 다를 게 없다. 인간은 침묵 속에서만이 사물을 깊이 통찰할 수 있고 또한 자기 존재를 자각한다. 이때 비로소 자기 언어를 갖게 되고 자기 말에 책임을 느낀다. 그러기 때문에 투명한 사람끼리는 말이 없어도 즐겁다.